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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개발자의 삶/개발일기

踏雪野中去 - 답설야중거 : 눈덮힌 들판을 갈때...

첫직장에서

처음 들어간 회사는 지역의 규모있는 회사의 독립 법인이였다. 계열사의 전산개발을 담당하는 회사였는데, 그룹으로 운영되니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IT회사 답지 않았다. 

오래된 회사여서 나름 역사가 있었다. 사사라고 해서 회사역사 책도 있었고 사시라고 해서 회사시도 있었다. 회사 시가 김구선생님의 애송시로 유명한 답설야중거... 였다.

그 회사에서는 멋있게 번역을 하여 회사 시로 삶았는데 정말 본문보다 멋있는 해석이였던 것 같다.

'눈 덮힌 들판을 나홀로 가노라. 험하고 먼길 꼭 갈 필요는 없으나 내가 걷는 이길이 후인의 이정표가 되기에...'라는 해석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생전 그런것도 모르고 살다가 들어보니 참 멋있는 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게 임연당(臨淵堂)이라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 만든 시라고 한다. 그리고 김구선생님이 애송하던 시라고 하여 애법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좋아하는 시이다.

멋있는 해석과 다르게 실제 해석은 '눈덮힌 들판을 걸어갈때 (반듯이, 당연히 마땅히)어지럽게 가지마라. 지금 내가 걷는 이 발걸음이 뒤에 오는 이에게는 길이 된다.' 라는 담백한 내용이다.

프로그래밍에서

프로그래밍에서도 참 맞는 시라고 생각한다. 구동되는 것을 만드는데 바빠서 그냥 냅다 짜야되는 것이 아니라. 수두코드를 짰으면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뒤에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길이 맞다고 생각하고 달려갈 것이지 때문이다. 그 사람은 짧은 미래에서는 내가 될 것이고 먼 미래에는 타인이 될 것이다.

조선 후기에 지어진 시가 최첨단을 달리는 프로그래밍의 세계에도 적용이 된다. 근본적인 이야기들은 항상 회자되고 여러가지에서 교훈이 되는 것 같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