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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개발자의 삶/개발일기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정말?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라떼...

요즘은 잘 듣지 못했지만 직업개발자로 살기 시작할 쯤이다. 당시 나는 ASP 3.0을 할 줄 알았는데 그때 개발툴로 InterDev라는 툴을 사용했다. 우연히 이 툴을 사용해서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사용하게 되었는데 당시 ASP로 개발과정은 편집툴로서 ASP 소스를 개발하고 그것을 IIS에 올리고 브라우저에서 열면 그 제서야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약 IIS가 로컬에 없이 개발을 하며 매우 불편한 환경이였다. 사실 당시에는 Windows XP 환경이였기 때문에 IIS는 PC용 운영체제에는 없었다. 서버용 Windows에만 있었기 때문에 서버용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바로 확인이 어려운 구조였다. 

보통의 학생이었던 우리들은 에디트플러스같은 툴로 코딩을 하고 그 파일을 FTP로 전송한 후 서버를 통해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나의 코딩을 하고 그 결과를 보기 위해서 저런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InterDev 툴을 사용하면 IIS와 직접 연결을 해서 내가 변경한 코드가 IIS에 바로 전송이 되었다. 그리고 확인을 하면 되었기 때문에 너무나 편리한 도구였다. 

하지만 그때도 노트패드나 에디트플러스, 아크에디터 등을 이용해서 소스를 많이 코딩했다. 행여 누군가가 물어보면 자기는 전용툴이 노트패드라고 이야기하는 개발자도 있었다. 이는 ASP만 그랬던 것은 아니였다. PHP 자바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이클립스라는 툴이 널리 퍼진 시기도 아니고 당시 내가 자바를 막 배울때는 Kawa라는 무료툴이 좋다고 들으며 배우던 시기였다.

즉흥적으로 개발을 할 수 있을까?

개발툴이 갖춰져있지 않고 컴퓨터만 주어졌는데 금방 뚝딱뚝딱해서 1~2시간안에 개발환경을 구축하고 일부 소스를 수정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 매우 대단한 능력으로 보여졌다. 어디에서든 컴퓨터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할 수 있는 모습이 참 부러웠었다.

반면에 나는 즉흥적으로 개발을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하나 하려면 필요한 도구가 너무나 많이 필요했다. 델파이로 개발을 하던 시절에도 다른 개발자들은 델파이 하나만 있으면 프로그램을 코딩했는데 나는 줄기차게 델파이 툴에 애드온을 설치한 환경이 필요 했었다. DB툴도 내가 쓰던 DB툴이 있어야 손쉽게 쿼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처럼 즉흥적으로 무엇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다녔던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노트북을 사주셨는데 이유가 노트북이 있어야 현장에서 개발을 해서 바로 수정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현장에서 개발을 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나는 여전히 순백한 개발환경에서 개발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개발툴, DB툴, 설계툴, 툴, 툴, 툴... 무슨 도구가 이렇게 저렇게 많이 있다. HW 환경으로 가면 한 술 더 뜬다. 아주 오래전에는 노트북을 선호했다. 왜냐하면 여기저기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트북을 선호하지 않는다. 노트북을 선호하지 않은지는 매우 오래되었다. 일단 노트북은 모니터가 1개다. 요즘은 포터블 모니터라는게 있어서 여러개를 달 수 있지만 일단 한개다. 그리고 키보드가 불편하다. 자세도 불편하다. 모든게 불편하다. 그래서 노트북을 메인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의 회사에서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노트북을 사용하지만 노트북은 본체의 역활만 할 뿐이다.

나는 모니터 3개를 기본으로 쓴다. 3년 전부터 집에 43인치 UHD모니터를 사용해서 43인치 모니터 1대, 24인치 서브 2대를 세워서 쓴다. 회사에서는 모니터3대를 쓴다. 컴퓨터는 더 좋은 것을 쓰려고 한다. 가급적이면 좋은 CPU에 넉넉한 메모리와 SSD를 설치하려고 한다. 특히 테스트나 여러가지 경릭된 환경을 쓰기 위해서 가상머신을 적극적으로 쓰기 때문에 HW환경을 좋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키보드도 가급적이면 좋은 것을 쓰려고 노력한다. 마우스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종일 쓰는 도구 이기 때문에 좋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여러가지 좋은 툴들이 나오면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나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료 구입도 꾀나 하는 편이다. 

더해서 모니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니터 암'등을 적극 활용한다. 목이 아프다 못해 머리에 두통이 와서 일을 못하겠는 경우까지 발생해서 모니터 높이 조절에 신경을 쓴다.

개발환경

결국? '명필은 붓을 가린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명필일 수록 좋은 붓이 필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작은 모니터로 목을 쭉 빼놓고 CTRL+ALT 신공으로 창을 전환하는 것 보다. 여러대의 모니터로 넓게 편하게 작업하는 것이 정신건강 신체건강에 좋다. 프로선수들이 마트에서 파는 운동용품으로 실제 경기를 하지 않는다. 개발을 즉흥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 나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먼이야기라 생각한다. 비록 내가 명필은 아니지만 나는 '명필은 붓을 가린다'라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선수들이 아마추어랑 무엇인가를 할 때는 기량차이가 월등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지만 프로들끼리 겨루는 장에 와서는 작은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개발초창기부터 장비에 별나게 군다라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비록 내가 명필은 아닐지언정 프로들의 세계에 있으니까...